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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real
Friday, September 21, 2018

봄길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초봄의 뜰 안에

초봄의 뜰 안에   김수영   초봄의 뜰 안에 들어오면 서편으로 난 난간 문 밖의 풍경은 모름지기 보이지 않고 황폐한 강변을 영혼보다도 더 새로운 해빙의 파편이 저 멀리 흐른다 보석 같은 아내와 아들은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짓이긴...

시간

시간   이민하   새들이 나란히 앉아 지붕의 색을 섞고 있다 나무들이 기어올라 마지막 얼굴까지 번지도록 오래오래 표정을 서로 바꾸는 열두 마리 어두워지자 나는 이름으로 구분했다 아침이 왔고,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 몇 마리가...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광어

광어 홍사성 나도 참 어지간했던 모양이다 온몸 발기발기 저미는 동안 비명 한 마디 못 지르고 접시 위에서 파르르 경련하며 내 살점 뜯어가는 사람들 눈 빤히 뜨고 쳐다봐야 하다니 너도 참 어지간할 것...

This, Too, Sha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Lanta Wilson Smith   When some great sorrow, like a mighty river, Flows thro’ your life with peace-destroying pow’r, And dearest...

결혼 기차

  결혼 기차 문정희 어떤 여행도 종점이 있지만 이 여행에는 종점이 없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에 한 사람이 기차에 내려야 할 때는 묶인 발목 중에 한쪽을 자르고 내려야 한다                        오,...

겨울

  겨울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이제는 간데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지금은 온데없다. 길...

La neige 눈

  La neige 눈   Rémy de GOURMONT 레미 드 구르몽   Simone, la neige est blanche, comme ton cou, Simone, la neige est blanche, comme tes genoux. Simone, ta 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