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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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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 읽고 싶은 시

허브 도둑

  허브 도둑 장옥관 “난초 도둑” 이란 소설도 있지만 정말 허브를 도둑맞는 일이 있었습니다. 새들새들한 게 안쓰러워 거름 주고 햇볕도 주려 복도 끝 창가에 내놓았지요. 그런데 잠시...

겨울 사랑

       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강윤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기형도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어깨너머라는 말은

  어깨너머라는 말은 박지웅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넓은 말 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고 그저 끔벅끔벅 앉아 있다가 훌훌...

봉지밥

봉지밥 이병률  봉지밥을 싸던 시절이 있었지요  담을 데가 없던 시절이지요  주머니에도 가방에도 넣고  가슴팍에도 품었지만  어떻게든 식는 밥이었지요  남몰래 먹느라 까실했으나  잘 뭉쳐 당당히 먹으면...

동거

동거 생각난다 신당동 중앙시장 팥 적은 붕어빵과 곱창으로 넘긴 그해 겨울의 저녁과 아침. 시골 여상 출신의 그대가 졸음 쏟아지는 미싱대에서 주판알 대신 올리고 내리던 기래빠시...

연탄 한 장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청년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