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소사
김문주
세상에 수런거리는 것들은 이곳에 와서 소리를 낮추는구나, 변산 변방으로 밀려가다 잠적하는 지도들이 일몰의 광경...
작열하다
조용미
한낮 시골집 마루에서 눈을 떴을 때, 아무도 없는 집 안 마당 앞의 감나무가 땡감을 달고 퍼렇게 질려있다 마당은...
그대는 어디서 무슨 병 깊이들어
김명인
길을 헤매는 동안 이곳에도 풀벌레 우니
계절은 자정에서 바뀌고 이제 밤도 깊었다
저 수많은 길 중 아득한 허공을 골라
초승달 빈...
차도르
안차애
당신의 안과 나의 바깥은 얇은 접점도 없이 몇 생의 어스름을
끌고 간다
나의 웃음은 아직 당신에게...
친구를 위하여
이해인
올 한 해도
친구가 제 곁에 있어
행복했습니다
잘 있지? 별일 없지?
평범하지만 진심 어린
안부를 물어오는 오래된 친구
그의 웃음과 눈물 속에
늘 함께...
자정의 작용
함순례
웃는 별이 있다
우는 별이 있다
오래 걸어온 자들은 안다
올해의 귀인(貴人)
박노해
12월의 밤이 깊으면
고요히 방에 홀로 앉아
수첩을 펴고 한 해를 돌아본다
파란 달
이운진
기억을 허문다
내가 온갖 죄를 지은 저 아름다운 시절과
돌림병같던 청춘을 헐어서
기억으로도 돌아갈 곳이 없어졌으면 하고
어느 날 내가
당신을 처음 알던...
마흔이 넘는다는 것은
전동균
가장 추운 겨울 날
식구들 몰래
풍경 하나 매다는 일
밀물이 들 듯
밀물에 배가 떠올라 앞으로 나아가듯
울리는 풍경 소리에
멀리 있는 산이 환하게 떠오르면
그 산 속,...
겨울 강
문인수
바람은 이제 엷은 살얼음으로 깔리면서 뻘밭 위에다가 덜컹 거룻배 한 척 올려놓고는
또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