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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anuary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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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 읽고 싶은 시

인생

이기철   인생이란 사람이 살았다는 말 눈 맞는 돌멩이처럼 오래 견뎠다는 말 견디며 숟가락으로 시간을 되질했다는 말 되질한 시간이 가랑잎으로 쌓였다는 말 글 읽고 시험 치고 직업을 가졌다는 말 연애도 했다는...

산에 언덕에

신동엽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샤쯔가 어두운...

콩나물에 대한 예의 

복효근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 도 않은 듯 대하지는...

슬픔의 문수

조정인   허리께에 닿는 낮은 대문, 집둘레는 빨강 노랑 자잘한 꽃들로 가꾸어져 있다 떠오르다 가라앉곤 하는 섬 하나, 심하게 다리 저는 남자가 그리로 가더니 한참을 구겨앉는다...

셀프 빨래방

셀프 빨래방   이영주   빨래를 걷고 개고 창문을 닫는 너의 손에서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다른 행성으로 건너가다가 미끄러진 꿈 새벽에는 미열에 시달리고 답답하고 외롭다는 너의 중얼거림이 멍청해서 세탁기를...

곰으로 돌아가는 사람

곰으로 돌아가는 사람 이덕규 서울 한복판 마로니에 공원에 곰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 옛날 곰에서 사람으로 슬쩍 자리 바꿔 앉은 죄 곰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을 터 필시 저...

여장 남지 시코쿠

여장 남지 시코쿠 황병승 하늘의 뜨거운 꼭짓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양산을 팽개치며 쓰러지는 저 늙은...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이승하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네 피고름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연이어 피어난다 네 가족 피눈물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진한 향기를 퍼뜨린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 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당분간

당분간 최승자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은 각자 각자 잘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