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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May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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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 읽고 싶은 시

밥풀 – 이기인

밥풀 이기인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은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 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꽃살문 – 이정록

  꽃살문 이정록 꽃에는 정작 방년이라는 말이 없다네 그래, 천년만년 꽃다운 얼굴 보여주겠다고 누군가 칼과 붓으로 나를 피워놓았네만 그 붓끝 떨림이며 칼자국 바람에 다 삭혀내야 꽃잎에 나이테 서려 무는 방년...

종이봉투에 갇힌 길

종이봉투에 갇힌 길                                                        김  종  성 낙타는 물 냄새로 길을 찾아가고 연어는 모태 양수 냄새로 길을 찾아가는데 검지로 찍어 길을 가다 외길에서 방향을 잃었다 왼손가락으로...

여장 남지 시코쿠

여장 남지 시코쿠 황병승 하늘의 뜨거운 꼭짓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양산을 팽개치며 쓰러지는 저 늙은...

드라마

  손현숙  비둘기 한 마리 서울역 대합실 안으로 날아들었다 사방 유리로 된 건물, 밖이 보이지만 밖은 없다  먹이를 따라 까딱까딱 걸어 들어왔을 여기, 본능은 저도...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너의 꽃

너의 꽃 채호기 꽃은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동물動物이다. 꽃은 새! 새를 공중에 뜨게 하는 부력은 꽃이 발산하는 힘이 공기에 섞여 있기 때문. 그 힘이 부리로부터 항문에 이르는...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백세세대(白世世代)

  강숙려 쪼그리고 앉아 앙증맞은 고 작은 손으로 인형 옷을 오려 내던 가위질 손을 잠시 놓고 "엄마, 밥이 이제 발까지 다 내려갔어." 어여뻐라! 배가 고파졌다고 꼭...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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