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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rch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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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 읽고 싶은 시

한 마리 새가 날아간 길

  오규원   나뭇가지에 앉았던 한 마리 새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그리고 잎과 잎 사이로 뚫린 길을 따라 가볍게 가볍게 날아간다   나뭇가지 왼쪽에서 다시 위쪽으로 위쪽 잎 밑의 그림자를 지나 다시 오른쪽으로...

먼 곳

  문태준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 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도화 아래 잠들다

  김선우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푸른 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평화의 대장정 – 제주 강정마을 – 김희정

평화의 대장정 -제주 강정마을                                                       김희정   임진각에서 목포를 거쳐 제주까지 우리는 걷는다 평화의 씨앗을 품고 걷고 또 걷는다 베낭에 담은 사연들을 온 몸으로 안고 제주도를 향해 평화의 섬을 향해, 강정으로 간다 칼바람도...

허물 벗는 소리

허물 벗는 소리 박이도 새벽 늪가에 앉아보니,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빛의 그림자 물안개가 숨을 쉬고 일어서는 몸짓 이술 맺힌 나팔꽃이 벙그는 그 순간의 희열이 나팔소리처럼 허공에 퍼진다 허물 벗는 물잠자리의 작업 길고 긴 침묵의 소리 살아 숨쉬는 늪가에선 눈을...

반가사유

반가사유   류근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폭설 – 윤제림

싸락눈으로 속삭여봐야 알아듣지도 못하니까 진눈깨비로 질척여봐야 고샅길도 못 막으니까 저렇게 주먹을 부르쥐고 온몬을 떨며 오는 거다. 국밥에 덤벼봐야 표도 안 나니까 하우스를 덮고, 양조장 트럭을 덮는 거다. 낯모르는 얼굴이나...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이 시를 알고 나서 공원이나 숲 속에서 핀 풀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토끼풀꽃, 구절초, 현호색, 햇볕이 지글거리는 정오의 산길에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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