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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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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 읽고 싶은 시

필법

  서정임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필력으로 누군가 붓을 길게 휘둘러 놓은 궁서체 같은 강줄기를 따라 걷는다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소낙비에도 물결이 고요하다 오히려 제 안으로 흡수하는 표면의 흔들림   이 세상...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 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맨발로 걷기

장석남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새의 습성

  새의 습성 윤준경 새를 동경한 것은 막연한 욕심이었을 뿐 날 수 있는 힘의 논리를 연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끔 그의 가벼움이 부러웠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부러웠을 뿐 나르는 연습조차...

하루만의 위안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몬트리올 사람 15

  어느 늦은 봄날 가로등은 혼자 밤을 지키기가 너무 적적해서 슬그머니 어린 포도넝쿨을 꼬드보았다. 그날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가 잠 안 자고 지켜본 것은...

무슬림 성전으로 가는 풍 나무 길

  무슬림 성전으로 가는 풍 나무 길   홍애니   노랗게 물든 풍 나무 가로수 아래로 화려한 사리를 입은 인도 이민자 여인이 걸어간다 까마귀들이 일제히 날아올랐을 때 어디선가 아이가...

라디오와 미싱

라디오와 미싱 박종명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딛는 순간 사람들이 동네전파상에 걸린 TV 앞에 몰려와 하, 탄성을 질렀다 그 때는 집집마다 라디오와 미싱을 서로 가깝게 붙여...

사랑가

  노승문 당신의 우발적인 꽃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만 꺾여 짓밟히고 싶습니다. 그렇게라도 당신의 구두 바닥에 남는 초록 진물이고 싶습니다. 당신 뼛속의 관절염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야만이고 싶습니다....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이정록    금강산 관광기념으로 깨진 기왓장쪼가리를 숨겨오다 북측출입국사무소 컴퓨터 화면에 딱 걸렸다. 부동자세로 심사를 기다린다. 한국평화포럼이란 거창한 이름을 지고 와서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