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寒圖 세한도 – 김유경
歲寒圖 세한도
김유경
눈 덮힌 화선지 위를 어숫어슷 맨발로 간다 길은 무한한데 인적은 오래 전 눈에 가리고 발자욱 머금은 길을 따라 먹물 스며 오르면...
자전거 탄 부부의 풍경 – 안상인
자전거 탄 부부의 풍경
안상인
자전거를 앞뒤로
사이좋게 타고
가정이란 안장 위에 앉아
함께했던 당신과 내 삶은
바퀴 닮은 둥근 성격으로
둥글게 굴러왔고
둥근시간의 굴레 속에
구겨진 삶의 애환을
평탄하게 직선으로 펴가면서
동고동락 길이사랑으로
바쁘게 달려왔소
난...
사십이 간다
사십이 간다
노승문
배부른 소크라테스를 꿈꾸며
은퇴하는 혁명가를 꿈꾸며
행복한 사십이 간다
경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며
은박지에 싸인 잠언들을 꺼내며
사랑 때문에 죽을 필요도 없고
진리 때문에 미칠 이유도 없는
마흔이 간다
불혹 대신...
절구를 생각하며
절구를 생각하며
이상묵
들어갈 수 없을까
그 절구 속으로
나는 다시 결코 들어갈 수 없을까
절구에 가득 보리를 넣고
어머니는 공이를 내리치면서
날 보고 보리를 저으라고 하셨다
빨라지는 공이질
넘쳐오르는 소용돌이
자꾸만 보리알들 흩어지면서
나는...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박형준
그 젊은이는 맨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창문으로 사과나무의 꼭대기만 보였다
다시, 서출지
다시, 서출지
이종암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못의 아가리 위로 저 연꽃은 왜 피는지
그냥 못 둑에 서서 입만 벌어지다
다들 돌아간다
천 년 묵은...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상현 (上弦)
상현 (上弦)
나희덕
차오르는 몸이 무거웠던지
새벽녘 능선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神도 이렇게 들키는 때가 있으니!
때로 그녀도 발에 흙을 묻힌다는 것을
외딴 산모퉁이를...
별빛들을 쓰다
별빛들을 쓰다
오태환
필경사가 엄지와 검지에 힘을 모아 철필로 원지 위에 글씨를 쓰듯 이 별빛들을 쓰는 것임을 지금 알겠다
별빛들은 이슬처럼 해쓱해지도록 저무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흑란...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
이병률
서너 달에 한 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하면 안된다
서너 달에 한 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