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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real
Wednesday, March 20, 2019

빗발, 빗발

장석주   빗발, 빗발들이 걸어온다 자욱하게 공중을 점령하고 도무지 부르튼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얼마나 먼 데서 예까지 걸어오는 걸까... 천 길 허공에 제 키를 재어가며...

나무에게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백자의 숲

백자의 숲   이상협   불탄 목적지는 이해하기 쉽고 나는 도착하는 길이 계절마다 다릅니다 구운 흙은 울기 좋습니다 깨어질 듯 그러했습니다 밖에 누가 있나요 안에 누구 없습니다 나는 나의 작은 균열을 찾는 중입니다 금 간...

통   이병률   이 좁은 마당으로는 다 받아낼 수 없는 봄이 내려앉고 있건만 대문 옆에 놓인 커다란 페인트 통은 가득 물을 담고 있다 일부러 모른 척했던 통이다   한겨울...

어떤 기쁨

고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했던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막...

아득한 성자

오현 스님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등 뒤의 사랑

등 뒤의 사랑   오인태   앞만 보며 걸어왔다. 걷다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등을 돌리자 저만치 걸어가는 사람의 하얀 등이 보였다. 아, 그는 내 등뒤에서 얼마나 많은 날을 흐느껴 울었던 것일까....

사라진 손바닥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봄은

봄은   신동엽     봄은 남해에서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맨발로 걷기

장석남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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