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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13, 2018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광어

광어 홍사성 나도 참 어지간했던 모양이다 온몸 발기발기 저미는 동안 비명 한 마디 못 지르고 접시 위에서 파르르 경련하며 내 살점 뜯어가는 사람들 눈 빤히 뜨고 쳐다봐야 하다니 너도 참 어지간할 것...

This, Too, Sha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Lanta Wilson Smith   When some great sorrow, like a mighty river, Flows thro’ your life with peace-destroying pow’r, And dearest...

결혼 기차

  결혼 기차 문정희 어떤 여행도 종점이 있지만 이 여행에는 종점이 없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에 한 사람이 기차에 내려야 할 때는 묶인 발목 중에 한쪽을 자르고 내려야 한다                        오,...

겨울

  겨울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이제는 간데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지금은 온데없다. 길...

La neige 눈

  La neige 눈   Rémy de GOURMONT 레미 드 구르몽   Simone, la neige est blanche, comme ton cou, Simone, la neige est blanche, comme tes genoux. Simone, ta main...

어깨너머라는 말은

  어깨너머라는 말은 박지웅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넓은 말 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고 그저 끔벅끔벅 앉아 있다가 훌훌...

겨울에게

마경덕 내가 앉았던 자리가 그대의 지친 등이었음을 이제 고백하리 그대는 한 마리 우직한 소. 나는 무거운 짐이었을 뿐 그대가 가진 네 개의 위장을 알지 못하고 그대를 잘 안다고 했네 되새김...

겨울 사랑

       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