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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ne 17, 2019

곰으로 돌아가는 사람

곰으로 돌아가는 사람 이덕규 서울 한복판 마로니에 공원에 곰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 옛날 곰에서 사람으로 슬쩍 자리 바꿔 앉은 죄 곰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을 터 필시 저...

여장 남지 시코쿠

여장 남지 시코쿠 황병승 하늘의 뜨거운 꼭짓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양산을 팽개치며 쓰러지는 저 늙은...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이승하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네 피고름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연이어 피어난다 네 가족 피눈물 흘러내린 자리에서 꽃들 진한 향기를 퍼뜨린다 조금만 더 아프면 오늘이 간단 말인가 조금만 더 참으면 내일이 온단...

당분간

당분간 최승자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은 각자 각자 잘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

반가사유

반가사유   류근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별   권덕하   물속 바닥까지 볕이 든 날 있다 가던 물고기 멈추고 제 그림자 보는 날 하산 길 섬돌에 앉은 그대 등허리도 반쯤 물든 나뭇잎 같아 신발 끄는 소리에 볕 드는...

제주섬, 동백꽃, 지다 

제주섬, 동백꽃, 지다   변종태   어머니는 뒤뜰의 동백나무를 잘라버렸습니다. 젊은 나이에 뎅겅 죽어버린 아버지 생각에 동백꽃보다 붉은 눈물을 흘리며 동백나무의 등걸을 자르셨지요. 계절은 빠르게 봄을 횡단(橫斷)하는데, 끊임없이 꽃을 떨구는 동백, 붉은 눈물 떨구는 어머니, 동백꽃 목이...

빗발, 빗발

장석주   빗발, 빗발들이 걸어온다 자욱하게 공중을 점령하고 도무지 부르튼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얼마나 먼 데서 예까지 걸어오는 걸까... 천 길 허공에 제 키를 재어가며...

나무에게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백자의 숲

백자의 숲   이상협   불탄 목적지는 이해하기 쉽고 나는 도착하는 길이 계절마다 다릅니다 구운 흙은 울기 좋습니다 깨어질 듯 그러했습니다 밖에 누가 있나요 안에 누구 없습니다 나는 나의 작은 균열을 찾는 중입니다 금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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