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격증으로 에어캐나다 여객기 900회 넘게 운항…RCMP 수사 결과 발표

Air Canada Twitter

에어캐나다 소속 기장이 위조된 자격증을 이용해 수년간 대형 여객기를 운항해 온 사실이 드러나 캐나다 항공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 당국은 해당 조종사가 필수 면허 없이 국제선을 포함한 상업용 항공기를 장기간 운항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항공사와 정부의 자격 검증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타리오주 필(Peel) 지역 RCMP(캐나다 연방경찰)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조된 항공 자격증 서류를 사용해 에어캐나다 기장으로 근무해 온 조종사를 체포하고 관련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는 2025년 3월 해당 조종사가 제출한 항공운송조종사면허(Airline Transport Pilot Licence·ATPL) 관련 서류에서 변조 정황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ATPL은 캐나다에서 대형 상업용 항공사의 기장으로 근무하기 위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최고 등급의 조종사 자격증이다.

수사 결과 피의자는 일반 상업용 조종사 면허는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장 자격에 필요한 항공운송조종사면허는 취득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RCMP는 피의자가 관련 시험과 경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자 서류를 위조해 자격을 갖춘 것처럼 꾸민 뒤 항공사에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위조 서류 사용이 최소 200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후 약 17년 동안 에어캐나다 기장으로 근무하면서 900회가 넘는 항공편을 운항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는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을 거점으로 근무했으며 국내선뿐 아니라 국제선 운항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온타리오주 배리(Barrie)에서 피의자를 체포했으며 문서 위조와 사기, 허위 진술 등 총 7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수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공공 안전을 위해 마련된 자격 검증 시스템을 장기간 조직적으로 속인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항공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에어캐나다의 내부 검증 시스템에도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에어캐나다는 성명을 통해 해당 조종사가 재직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6개월 단위 반복 훈련을 모두 이수했으며, 캐나다 교통부가 인증한 검사관들의 정기 비행 심사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조종사의 실제 비행 능력에는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안전사고나 승객 피해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어캐나다는 “승객 안전은 회사의 최우선 가치”라며 “수사 당국과 협력해 사건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비행 능력과 별개로 자격 검증 체계가 10년 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항공 안전 규정을 갖춘 국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캐나다에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은 정부와 항공업계 모두에게 큰 경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법적으로 요구되는 자격 취득 과정은 항공 안전 시스템의 핵심”이라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제도적 허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RCMP와 캐나다 교통부는 해당 조종사가 운항한 항공편과 자격 검증 과정 전반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면허 검증 절차 강화와 관련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