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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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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은숙 - 읽고 싶은 시

당분간

당분간 최승자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은 각자 각자 잘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

반가사유

반가사유   류근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별   권덕하   물속 바닥까지 볕이 든 날 있다 가던 물고기 멈추고 제 그림자 보는 날 하산 길 섬돌에 앉은 그대 등허리도 반쯤 물든 나뭇잎 같아 신발 끄는 소리에 볕 드는...

제주섬, 동백꽃, 지다 

제주섬, 동백꽃, 지다   변종태   어머니는 뒤뜰의 동백나무를 잘라버렸습니다. 젊은 나이에 뎅겅 죽어버린 아버지 생각에 동백꽃보다 붉은 눈물을 흘리며 동백나무의 등걸을 자르셨지요. 계절은 빠르게 봄을 횡단(橫斷)하는데, 끊임없이 꽃을 떨구는 동백, 붉은 눈물 떨구는 어머니, 동백꽃 목이...

빗발, 빗발

장석주   빗발, 빗발들이 걸어온다 자욱하게 공중을 점령하고 도무지 부르튼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얼마나 먼 데서 예까지 걸어오는 걸까... 천 길 허공에 제 키를 재어가며...

나무에게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백자의 숲

백자의 숲   이상협   불탄 목적지는 이해하기 쉽고 나는 도착하는 길이 계절마다 다릅니다 구운 흙은 울기 좋습니다 깨어질 듯 그러했습니다 밖에 누가 있나요 안에 누구 없습니다 나는 나의 작은 균열을 찾는 중입니다 금 간...

통   이병률   이 좁은 마당으로는 다 받아낼 수 없는 봄이 내려앉고 있건만 대문 옆에 놓인 커다란 페인트 통은 가득 물을 담고 있다 일부러 모른 척했던 통이다   한겨울...

어떤 기쁨

고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했던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막...

아득한 성자

오현 스님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