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C
Montreal
월요일, 5월 18, 2026

꽃 이야기

꽃 이야기 서은보   감히 높은 곳을 엿보았다고 9월의 햇빛 아래 교수형 당한 꽃무더기를 보았다. 안에서는 웃음소리 여러가지 언어로 잔 부딪히는 소리 단내 나는 포도주가 엎질러졌을...

종이봉투에 갇힌 길

  종이봉투에 갇힌 길   김종성 낙타는 물 냄새로 길을 찾아가고 연어는 모태 양수 냄새로 길을 찾아가는데 검지로 찍어 길을 가다 외길에서 방향을 잃었다   왼손가락으로 찍은...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불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새해의 맑은 햇살 하나가

새해의 맑은 햇살 하나가 정호승 해뜨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새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누님같은 소나무가 빙그레 웃는 새해의 아침이 밝아옵니다. 맑은 연꽃대에 앉은 햇살 하나가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당신의 창을 두드리고 아무도 닦아주지...

입 박용하 뒤는 절벽이고 앞은 낭떠러지다 돌이킬 수 없는 허공에서 너는 뛰어내린다 너는 그처럼 위험하고 너는 그처럼 아슬아슬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생처럼 한 번 가버리는 생처럼 뒤돌아봐도 그만인 사람처럼 너는 절대 난간에서 뛰어 내린다 아마도 너의...

모자 이야기

  모자 이야기 남진우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내...

겨울 산행

겨울 산행   강미영   산아, 너는 외로울 줄을 모르는가 그 봄엔 철쭉이며 오디 앵두 지천이더니 이 겨울엔 눈꽃이 눈꽃이 피었다 오래 쓸쓸하여 차라리 쓸쓸함을 잊어버린 너의 겨울 자리 더러 남아 네...

라디오와 미싱

라디오와 미싱 박종명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딛는 순간 사람들이 동네전파상에 걸린 TV 앞에 몰려와 하, 탄성을 질렀다 그 때는 집집마다 라디오와 미싱을 서로 가깝게 붙여...

손님

손님 백무산 내가 사는 산에 기댄 집, 눈 내린 아침 뒷마당에 주먹만한 발자국들 여기저기 어지럽게 찍혀 있다 발자국은 산에서 내려왔다, 간혹 한밤중 산을 찢는 노루의 비명을 삼킨 짐승일까 내가 잠든 방 봉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