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나무 그늘 아래서 – 김영준
함박나무 그늘 아래서
김영준
함박나무 꽃 그늘에 앉아본 적이 있는지
그 그늘의 한 소절에 기대어
익숙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는지
그 어느 때던가
함박나무는 마약 같은 이름을 지녔다고...
데미안 – 윤성학
데미안
윤성학
시간은 알을 깨고 나온다
가스레인지 모서리에 계란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을 깨 밖으로 나옸다
시간은 자신이 낳은 알을 쪼고 있었다
琢琢
계란이 가장 맛있는 프라이로 되는...
행복한 산책 – 노혜경
행복한 산책
노혜경
한밤중 숲으로 난 작은 길을
난 걸어갔네
내 뼈에서
살점들이 잎사귀처럼
지는 소리를 들었네
무엇이 남았는지는 모르지
아직도 뛰는 심장소리 들리지만
난 한없이 걸어 여기
너무, 너무 와 버렸으므로
펄럭이는...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풍경을 지우는 방법
풍경을 지우는 방법
송종규
거기
느티나무가 있었다 거기 버드나무가 있었고
거기 층층나무가 있었다
거기
상수리나무가 있었고 거기 가문비나무가 있었다
한 가지 수종이 군락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초록으로 웅성거리는 똑같은 습성 때문에
그들을 동족으로...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 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고등어 자반
고등어 자반
오영록
좌판에 진열된 간고등어
큰 놈이 작은 놈을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에 부부의 연이었던지 죽어도...
금남로 사랑
금남로 사랑
김준태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내가 노래와 평화에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
달맞이꽃을...
꽃피는 시절1
꽃피는 시절1
이성복
그 사흘 꽃들은 괴로움과 잠자고
제 그림자에 얼굴을묻었다
꽃이 필 동안의 잔잔한 그리움을 지우고,
조바심을 지우고 꽃들이 흔들리는
경계안으로 더 짙은 산그늘이...
재로 지은 집
재로 지은 집
백무산
아름답기로 소문난 오래된 그 절
나와는 금생 인연이 딱 한 발짝 모자라
어떨 땐 눈뜨고 일없이 차를 놓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