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지우는 방법
풍경을 지우는 방법
송종규
거기
느티나무가 있었다 거기 버드나무가 있었고
거기 층층나무가 있었다
거기
상수리나무가 있었고 거기 가문비나무가 있었다
한 가지 수종이 군락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초록으로 웅성거리는 똑같은 습성 때문에
그들을 동족으로...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 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고등어 자반
고등어 자반
오영록
좌판에 진열된 간고등어
큰 놈이 작은 놈을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에 부부의 연이었던지 죽어도...
금남로 사랑
금남로 사랑
김준태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내가 노래와 평화에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
달맞이꽃을...
꽃피는 시절1
꽃피는 시절1
이성복
그 사흘 꽃들은 괴로움과 잠자고
제 그림자에 얼굴을묻었다
꽃이 필 동안의 잔잔한 그리움을 지우고,
조바심을 지우고 꽃들이 흔들리는
경계안으로 더 짙은 산그늘이...
재로 지은 집
재로 지은 집
백무산
아름답기로 소문난 오래된 그 절
나와는 금생 인연이 딱 한 발짝 모자라
어떨 땐 눈뜨고 일없이 차를 놓쳤고...
연꽃의 바깥을 읽다
연꽃의 바깥을 읽다
-월하정인
서안나
당신은 모든 사랑의 질문이다
나는 입도 없이 고요하다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긴 머리카락 풀고 미끄러운 물의 경전을 읽는다 내가 늙어가는 소리 들린다 당신을...
길은 죽음을 욕망한다
길은 죽음을 욕망한다
이수익
길은 처음 산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스며 있었을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그 길을
따라 짐승들이 지나고 드문드문
유령...
모자
모자
김명인
구릉을 뒤덮은 샛노란 유채 꽃밭이어도
구름이 차지하면 그늘진 방석
누구에게나 환한 화원은 아니었다
무너미 타 넘고 오는 어스름 속
널 세워두고 혼자 돌아서는 저녁
흔들리는...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박종영
오늘같이 지평으로 낮게
사록사록 눈발 힘없이 떨어지면
예서 봄이 머무는 곳 가까운지라,
저절로 기쁨의 날이 바삐와
마음의 눈에 쌓인
겨울먼지 털어내며 하늘에 소리친다
지키고 다독이던 눈물의 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