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예언 – 김백겸
가을 예언
김백겸
낮잠을 자는 인생의 오후에 까치가 몰려와 아우성을 치는군요
창 밖에 단풍나무 잎사귀들이 자욱히 떨어졌습니다.
하늘에 양떼구름들이 동에서 서로 은하수처럼 뻗어있고요
바람은 목자의 지팡이를 지나 초원을 가로지르고...
목계장터 – 신경림
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
별 헤는 밤 – 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는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 이근배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이근배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바다를 가두고 사는 까닭을 안다
바람이 불면 파도로 일어서고
비가 내리면 맨살로 젖는 바다
때로 울고 때로 소리치며
때로...
이, 도둑놈의 꽃아 – 고영민
이, 도둑놈의 꽃아
고영민
여름이 지나자 봉숭아 줄기 밑
큼지막한 자루가 생겼다
어느 집 젊은 과부라도 보쌈한 듯
온통 안주머니가 불알처럼 탱탱하다
자루를 움펴쥔 손목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 불알 같기도...
자전거 탄 부부의 풍경 – 안상인
자전거 탄 부부의 풍경
안상인
자전거를 앞뒤로
사이좋게 타고
가정이란 안장 위에 앉아
함께했던 당신과 내 삶은
바퀴 닮은 둥근 성격으로
둥글게 굴러왔고
둥근시간의 굴레 속에
구겨진 삶의 애환을
평탄하게 직선으로 펴가면서
동고동락 길이사랑으로
바쁘게 달려왔소
난...
연못의 나라 – 박진성
연못의 나라
박진성
온 몸이 눈알이어서 네가 바라만 봐도 사랑이다 연꽃은 내가 키운 속눈썹이니 물고기들 죄다 열반이다
비 내리면 타닥타닥 공중으로 길을 만드니 쏟아지는...
단추를 달다가 – 한혜영
단추를 달다가
한혜영
나뭇잎 하나가 까딱이 없는
말간 대낮에 단추를 달다가
농담처럼 부음을 듣습니다
기가 막혀
앞섶에 바늘을 꽂고 고개 천천히
길어 올리니 삼베옷을 걸친
누런 허공이 징소리를 징징 내며
목을...
배롱나무 꽃그늘
배롱나무 꽃그늘
윤은경
불현듯 열릴 것이네
석 달 열홀 기다려 아주 잠깐 열렸던, 다시는 열고 들어갈 길 없는 문, 그늘은 아무런 말이 없지만, 어쩌나 염천의...
종이봉투에 갇힌 길
종이봉투에 갇힌 길
김 종 성
낙타는 물 냄새로 길을 찾아가고
연어는 모태 양수 냄새로 길을 찾아가는데
검지로 찍어 길을 가다 외길에서 방향을 잃었다
왼손가락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