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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5월 18, 2026

지심도 동백 – 이동훈

동백꽃 보러 지심도에 갔다가 동백 잎사귀만 들고 나왔다 그 푸름이 탐이 나서 골방 문에 붙여 놓으니 잎자루가 몸통이 되고 잎맥이 가지가 되어 온전히 동백 한 그루가 되었다 동백은 좀체...

폭설 – 윤제림

싸락눈으로 속삭여봐야 알아듣지도 못하니까 진눈깨비로 질척여봐야 고샅길도 못 막으니까 저렇게 주먹을 부르쥐고 온몬을 떨며 오는 거다. 국밥에 덤벼봐야 표도 안 나니까 하우스를 덮고, 양조장 트럭을 덮는 거다. 낯모르는 얼굴이나...

물소뿔을 불다 – 이선이

물소뿔을 불다   이선이   티벳을 가야겠다는 손금 같은 사연 담은 엽서 한 장 물끄러미 내다보는 오동나무 잎새 사이로 물소 한 마리 걸어나왔다   유적지 가을하늘을 돌아나가는 바람소리 들릴 듯한 눈망울이 멀뚱하다   저 물소와 함께...

여우비 – 류기봉

여우비   류기봉   채마밭에 알타리무꽃이 진다 아버지의 손등으로 떨어지는 가을 햇살 내가 여주 은모래 강가에서 만나 눈시울 젖던 어둠 속을 뛰쳐나온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자 내 목숨이 흔들린다 밭두렁에 고꾸라진 땀에 젖는 농부의 어깨...

하루의 가슴 – 김어준

하루의 가슴 김어준 잃어버린 시간들 하늘을 가득 품은 숨소리를 푸르게 채색하고 있다. 난 피곤한 자색 유혹을 떨치고 하늘을 좇아 시간을 오르려한다. 그리고 걷는다 뒤뚱뒤뚱 늦가을녘의 허수아비마냥 바람에 기대어. 허나 외치리라, “난 쫓아가는 거야 너처럼 기다리는 게 아냐.” 바람은 동그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 김정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김정란   네 망설임이 먼 강물소리처럼 건네왔다 네 참음도 네가 겸손하게 삶의 번잡함 쪽으로 돌아서서 모르는 체하는 그리움도   가을바람 불고 석양녘 천사들이 네 이마에 가만히 올려놓고...

가을 예언 – 김백겸

  가을 예언   김백겸   낮잠을 자는 인생의 오후에 까치가 몰려와 아우성을 치는군요 창 밖에 단풍나무 잎사귀들이 자욱히 떨어졌습니다. 하늘에 양떼구름들이 동에서 서로 은하수처럼 뻗어있고요 바람은 목자의 지팡이를 지나 초원을 가로지르고...

목계장터 – 신경림

  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

별 헤는 밤 – 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는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 이근배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이근배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바다를 가두고 사는 까닭을 안다 바람이 불면 파도로 일어서고 비가 내리면 맨살로 젖는 바다 때로 울고 때로 소리치며 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