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 동백 – 이동훈
동백꽃 보러 지심도에 갔다가
동백 잎사귀만 들고 나왔다
그 푸름이 탐이 나서 골방 문에 붙여 놓으니
잎자루가 몸통이 되고 잎맥이 가지가 되어
온전히 동백 한 그루가 되었다
동백은 좀체...
폭설 – 윤제림
싸락눈으로 속삭여봐야 알아듣지도 못하니까
진눈깨비로 질척여봐야 고샅길도 못 막으니까
저렇게 주먹을 부르쥐고 온몬을 떨며 오는 거다.
국밥에 덤벼봐야 표도 안 나니까
하우스를 덮고, 양조장 트럭을 덮는 거다.
낯모르는 얼굴이나...
물소뿔을 불다 – 이선이
물소뿔을 불다
이선이
티벳을 가야겠다는
손금 같은 사연 담은 엽서 한 장
물끄러미 내다보는
오동나무 잎새 사이로
물소 한 마리 걸어나왔다
유적지 가을하늘을 돌아나가는 바람소리 들릴 듯한 눈망울이
멀뚱하다
저 물소와 함께...
여우비 – 류기봉
여우비
류기봉
채마밭에 알타리무꽃이 진다
아버지의 손등으로 떨어지는
가을 햇살
내가 여주 은모래 강가에서 만나 눈시울 젖던
어둠 속을 뛰쳐나온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자 내 목숨이 흔들린다
밭두렁에 고꾸라진 땀에 젖는
농부의 어깨...
하루의 가슴 – 김어준
하루의 가슴
김어준
잃어버린 시간들
하늘을 가득 품은 숨소리를
푸르게 채색하고 있다.
난
피곤한 자색 유혹을 떨치고
하늘을 좇아
시간을 오르려한다.
그리고 걷는다 뒤뚱뒤뚱
늦가을녘의 허수아비마냥
바람에 기대어.
허나 외치리라,
“난 쫓아가는 거야
너처럼 기다리는 게 아냐.”
바람은 동그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 김정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김정란
네 망설임이 먼 강물소리처럼 건네왔다
네 참음도
네가 겸손하게
삶의 번잡함 쪽으로 돌아서서 모르는 체하는 그리움도
가을바람 불고 석양녘 천사들이 네 이마에
가만히 올려놓고...
가을 예언 – 김백겸
가을 예언
김백겸
낮잠을 자는 인생의 오후에 까치가 몰려와 아우성을 치는군요
창 밖에 단풍나무 잎사귀들이 자욱히 떨어졌습니다.
하늘에 양떼구름들이 동에서 서로 은하수처럼 뻗어있고요
바람은 목자의 지팡이를 지나 초원을 가로지르고...
목계장터 – 신경림
목계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
별 헤는 밤 – 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는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 이근배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이근배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바다를 가두고 사는 까닭을 안다
바람이 불면 파도로 일어서고
비가 내리면 맨살로 젖는 바다
때로 울고 때로 소리치며
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