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C
Montreal
목요일, 6월 11, 2026

냉이의 꽃말 – 김승해

냉이의 꽃말   김승해   언 땅 뜷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동백꽃 화인 – 정재록

동백꽃 화인   정재록   선창가 뒷골목의 동백여인숙 비닐 장판에 800℃짜리 동백 한 송이 졌던가 보다 보일러의 파이프 자국이 물결치는 노르께한 비닐 바닥에 섬처럼 던져진 까만 점 하나   아까 다방에서 티켓 끊어...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某 月 某 日 의 별자리 – 황학주

某 月 某 日 의 별자리   황학주   알전구가 나간 찬 방 안에 파도소리 아물 때까지 별이 빛났다   한때 손이 닿던 기억들은 별자리 속에 나뭇결만 남은 것처럼 높이, 어두운 채로 반질거린다   내가 굴복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을...

꽃 – 김형주

꽃 김형주   내 靈魂(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정원)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사랑은 참 과학적이야 꽃이 딱 피는 근거처럼 – 김형주

사랑은 참 과학적이야 꽃이 딱 피는 근거처럼   김형주   섣부르다 싶은 어떤 감정이 몸 안에 감염됐다가 어디론가 숨었다 무엇이라고 부를까 교감신경의 의문스런 팽창과 적혈구의 쓸쓸한 농도가 마찰 없이 비벼지는 것 내가 맛있어지는 찰나랄까 우주적으로 말해 나를...

평화의 대장정 – 제주 강정마을 – 김희정

평화의 대장정 -제주 강정마을                                                       김희정   임진각에서 목포를 거쳐 제주까지 우리는 걷는다 평화의 씨앗을 품고 걷고 또 걷는다 베낭에 담은 사연들을 온 몸으로 안고 제주도를 향해 평화의 섬을 향해, 강정으로 간다 칼바람도...

병풍 속의 화원 -신사임당의 초충도병草蟲圖屛 향일화

병풍 속의 화원 -신사임당의 초충도병草蟲圖屛   향일화   지상에 없는 당신을 읽기로 합니다. 당신이 옮긴 세상은 어쩜 저리도 음전한지요   가녀린 붓의 흘림체로 일구던 텃밭엔 온통 봄 화색이 돌았지요 눈시울이 항시 붉었던 맨드라미, 양귀비꽃들이 주인처럼 터를...

하루만의 위안 – 조병화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월인보 (月印譜) – 위선환

월인보 (月印譜)   위선환   뉘우쳤고, 며칠 더 뉘우친다 내 몸에 달빛 밝다 희고 가는 실핏줄과 토막 난 뼈다귀들, 등줄기에 금 그어진 길고 깊은 손톱자국까지 낱낱이 비친다   갈빗대 사이로 달빛 새어들던 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