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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6월 11, 2026

비 오는 날에 – 나희덕

비 오는 날에   나희덕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 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눈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목어2 – 위선환

목어 2   위선환   어떤 물고기는 바싹 말려서 공중에 매달아두고 때리는가. 은비늘 몇 점이 부서져 내리고 있다 너왓장 들추듯 물비늘을 들추고 들여다본 강바닥 잔돌밭에서 나무고기 한 마리가 튀어...

치매 진행 중인 엄마를 위한 – 김형주

치매 진행 중인 엄마를 위한   김형주   수박 한 통이 굴러간다 꼭지 끝 파인 속살에서 꽃물 같은 기억을 흘리며 뛰어간다 추상화처럼 꼬불꼬불한, 야속한 골목길 어두워져 가고 딴짓하다 엄마 심부름 늦은 아이, 달려가다 어둠에...

K읍기행(K邑紀行) – 노향림

K읍기행(K邑紀行)   노향림 오랜만에 만나는 분위기. 하나의 선(線)이 되어 평야(平野)가 드러눕는다. 일대(一帶)는 무우밭이 되어 회색집들을 드문 드문 햇볕 속에 묻어 놓고 몇 트럭씩 논밭으로 실려나가는...

고등어 자반 – 오영록

고등어 자반 오영록 좌판에 진열된 간 고등어 큰 놈이 작은 놈을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에 부부의 연이었던지 죽어도 한 몸이다 죽음의 구속으로 얻어낸 저 모진...

사랑 한번 안 해본 것처럼 – 박종명

사랑 한번 안 해본 것처럼 박종명 비가 내린다 입 안에서만 맴돌던 말 싹 씻어서 흐른다 물래 열어둔 창문에 사정없이 달려드는 비 주르륵 흐르다가 그만 들킨다 사랑 한번 안 해본 것처럼 -사랑한다고 말 하기 전에도 그것은...

무중력 저울 – 이재무

무중력 저울 이재무   그는 달고 재는 일로 세상이치 궁구하던 자 꼼꼼하게 저를 다녀가는 세세한 차이들 눈금으로 읽어내 존재들 가치를 증명해 왔다 슬쩍 바람이 몸 얹기만 해도 파르르 진저리 치며...

畵家 뭉크와 함께 – 이승하

畵家 뭉크와 함께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 이성목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이성목   몸이 먼저 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시장골목 허름한 밥집으로 가라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뼈를 거두어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