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읍기행(K邑紀行) – 노향림
K읍기행(K邑紀行)
노향림
오랜만에 만나는 분위기.
하나의 선(線)이 되어 평야(平野)가 드러눕는다.
일대(一帶)는 무우밭이 되어
회색집들을 드문 드문
햇볕 속에 묻어 놓고
몇 트럭씩
논밭으로 실려나가는...
고등어 자반 – 오영록
고등어 자반
오영록
좌판에 진열된 간 고등어
큰 놈이 작은 놈을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에 부부의 연이었던지 죽어도 한 몸이다
죽음의 구속으로 얻어낸 저 모진...
사랑 한번 안 해본 것처럼 – 박종명
사랑 한번 안 해본 것처럼
박종명
비가
내린다
입 안에서만 맴돌던 말
싹 씻어서 흐른다
물래 열어둔 창문에
사정없이 달려드는 비
주르륵 흐르다가
그만 들킨다
사랑 한번 안 해본 것처럼
-사랑한다고 말 하기 전에도 그것은...
무중력 저울 – 이재무
무중력 저울
이재무
그는 달고 재는 일로 세상이치 궁구하던 자
꼼꼼하게 저를 다녀가는 세세한 차이들
눈금으로 읽어내 존재들 가치를 증명해 왔다
슬쩍 바람이 몸 얹기만 해도
파르르 진저리 치며...
畵家 뭉크와 함께 – 이승하
畵家 뭉크와 함께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 이성목
뼈다귀해장국에 대하여
이성목
몸이 먼저 아픈 것이 사랑이다.
그대, 갈비뼈 같은 애인을 만나거든
시장골목 허름한 밥집으로 가라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뼈를 거두어
세상이 다 버릴 것 같았던 우거지...
냉이의 꽃말 – 김승해
냉이의 꽃말
김승해
언 땅 뜷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동백꽃 화인 – 정재록
동백꽃 화인
정재록
선창가 뒷골목의 동백여인숙 비닐 장판에
800℃짜리 동백 한 송이 졌던가 보다
보일러의 파이프 자국이 물결치는 노르께한 비닐 바닥에
섬처럼 던져진 까만 점 하나
아까 다방에서 티켓 끊어...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某 月 某 日 의 별자리 – 황학주
某 月 某 日 의 별자리
황학주
알전구가 나간
찬 방 안에
파도소리 아물 때까지
별이 빛났다
한때 손이 닿던 기억들은
별자리 속에
나뭇결만 남은 것처럼
높이, 어두운 채로
반질거린다
내가 굴복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