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뒤는 절벽이고

앞은 낭떠러지다

돌이킬 수 없는 허공에서

너는 뛰어내린다

너는 그처럼 위험하고

너는 그처럼 아슬아슬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생처럼

한 번 가버리는 생처럼

뒤돌아봐도 그만인 사람처럼

너는 절대 난간에서 뛰어 내린다

아마도 너의 뿌리는

너도 대부분 모를 것이고

너의 착지도 너의 얼굴은 영영 모를 것이다

          인터넷 ‘한겨례’에 연재되었던 신형철 평론가의 ‘시 읽어주는 남자’에서 누군가 블로그에 퍼온 것도 다시 퍼왔다. 신형철 평론가의 평을 옮겨본다.

“뒤는 절벽이고 앞은 낭떠러지인 것이 무엇일까. ‘입’일 것이다. 입 속은 절벽이고, 입 바깥은 낭떠러지가 아닌가. 그렇다면 거기서 ‘뛰어내리는 너’는 말일 것이다. 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너의 뿌리”), 그 말이 어디에 도달할 것인지(“너의 착지”)를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이 난해한 숙명 앞에서 속수무책인가. —“

처음에는 ‘잎’을 잘못 쓴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습관적인 빈곤한 상상력을 후려갈기며 함부로 말 잘못하는 입을 다물게 하는 이 한편의 시는 모든 습관을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