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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17, 2026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겨울 강가에서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나의 영화관

나의 영화관 장경린 시간을 뛰어넘는 영화도 보았고 性을 뛰어넘는 영화도 보았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영화도 보았다 그러나 악이 선을 뛰어넘는 건 보지 못했으니 영화는 일종의 오락에 불과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가...

강 이성복             잎 떨군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게 깔리면서 푸르름이 가시지 않은 땅은 적쇠에 그을은 스테이크 같았다 처음엔 딸기나 참외를 재배하는 비닐 하우스,길게 뻗친 허연 비닐...

畵家 뭉크와 함께

畵家 뭉크와 함께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칼과 칸나꽃

칼과 칸나꽃 최정례 너는 칼자루를 쥐었고 그래 나는 재빨리 목을 들이민다 칼자루를 쥔 것은 내가 아닌 너이므로 휘두르는 칼날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네가 아닌 나이므로 너와 나 이야기의 끝장에 마침 막 지고...

시월

나희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산문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흘려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늙은 비의 노래

늙은 비의 노래 마종기 나이 들면 사는 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일까. 사선으로 내리는 비...

생활

생활 안재찬 창을 닦다 보면 마치 세상의 한 끝을 닦는 것 같다. 어둠의 문을 열고 맨 처음 세상으로 나온 아이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아침은 소리없이 움직임만으로 와서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