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
기형도
내 靈魂(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정원)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절구를 생각하며
절구를 생각하며
이상묵
들어갈 수 없을까
그 절구 속으로
나는 다시 결코 들어갈 수 없을까
절구에 가득 보리를 넣고
어머니는 공이를 내리치면서
날 보고 보리를 저으라고 하셨다
빨라지는 공이질
넘쳐오르는 소용돌이
자꾸만 보리알들 흩어지면서
나는...
여승女僧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직녀에게
직녀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그 여자네 집
그 여자네 집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서울의 예수
서울의 예수
정호승
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너의 꽃
너의 꽃
채호기
꽃은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동물動物이다. 꽃은 새!
새를 공중에 뜨게 하는 부력은 꽃이 발산하는 힘이 공기에 섞여 있기 때문. 그 힘이 부리로부터 항문에 이르는...
외톨이, SEUNG-HUI CHO
2007년 4월 16일 아침 7시 15분 버지니아
대학 기숙사에서 시작된 광란의 살인
한 생명이 한 아이가 한 소년이 한 청년이
미치광이가 되도록 방치한 나와
당신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