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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7월 17, 2026

새는 날아가고

새는 날아가고 나희덕 새가 심장을 물고 날아갔어 창밖은 고요해 그래도 나는 식탁에 앉아 있어 접시를 앞에 두고 거기 놓인 사과를 베어 물었지 사과는 조금 전까지 붉게 두근거렸어 사과는 접시의 심장이었을까 사과 씨는 사과의...

님 -김수환 추기경님 영전에- 어디인지 모르고 저희들 여기 이리 서 있어요 동녘 하늘 밝아오지만 가는 길 아직도 몰라 님이여 우리 이렇게 아직도 서성입니다. 부디 손짓해 주세요 손수건을 접고 이제 걷기 시작할래요 바람이 차요 이젠 쉬세요. 김지하 모심     김지하 시인은 1973년 봄...

봉지밥

봉지밥 이병률  봉지밥을 싸던 시절이 있었지요  담을 데가 없던 시절이지요  주머니에도 가방에도 넣고  가슴팍에도 품었지만  어떻게든 식는 밥이었지요  남몰래 먹느라 까실했으나  잘 뭉쳐 당당히 먹으면...

늙은 비의 노래

늙은 비의 노래 마종기 나이 들면 사는 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일까. 사선으로 내리는 비...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그립다는 말의 긴 팔

그립다는 말의 긴 팔 문인수 그대는 지금 그 나라의 강변을 걷는다 하네. 작은 어깨가 나비처럼 반짝이겠네. 뒷모습으로도 내게로 오는 듯 눈에 밟혀서 마음은 또 먼 통화 중에 긴 팔을...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홍신선 2월의 덕소 근처에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잠기어 가라앉는 걸, 입 닥치고 강 가운데서 빠져 죽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나도 그들처럼

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