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수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1918년 평양에서 출생하여 일제 강점기, 해방, 한국전쟁을 겪고 1975년 미국 플로리다주로 이민을 간 박남수 시인은 1994년 작고하기까지 거의 한세기 동안 한국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냈다.

   새가 어떻게 세상에서 상처 받고 죽었는 지, 그 새에게서 독자는 왜 자꾸 박남수 시인을 떠올리는 지, 뛰어난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회의 언저리에서만 머물다 간 그 순수에 총구를 겨눈 것은 혹시 내가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