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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17, 2026

다시, 서출지

다시, 서출지 이종암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못의 아가리 위로 저 연꽃은 왜 피는지 그냥 못 둑에 서서 입만 벌어지다 다들 돌아간다 천 년 묵은...

벚꽃 지는 날

벚꽃 지는 날   이시환   간밤에 마음과 마음이 통했는가?   아주 가벼웁게 바람의 잔등을 올라타는 저 수수만의 꽃잎들이 추는 군무(群舞)가 마침내 반짝거리는 큰 물결을 이루어가는 것이,   그 모습 눈이 부셔 끝내...

이제 이 땅은 썩어만 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신경림 이제 이 땅은 썩어만 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되어도 꽃이 붉지를 않고 비를 맞고도 풀이 싱싱하지를 않다. 햇살에 빛나던 바위는 누런 때로 덮이고 우리들 어린 꿈으로...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청년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햄버거를 먹으며

햄버거를 먹으며 오세영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먹이는 것과 먹는 것 혹은 만들어져 있는 것과 자신이 만드는 것. 사람은 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가축은 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 김치와...

다친 새를 위하여

다친 새를 위하여 복효근   늦은 저녁 숲에 날개를 다쳐 돌아오는 새 있다 무리에서 저만치 처져서 어느 이역의 하늘을 떠돌다 오는지 꺼져가는 석양이 아쉬워 별 가까운...

바늘잎의 별

바늘잎의 별 박상순   내가 창고 안에 들어서는 순간 별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별들은 하나같이 바늘이 돋혀 있었고 나는, 그 별들에 찔리는 바늘받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별의날카로운 바늘이 박혀...

남도의 밤 식탁

남도의 밤 식탁 송수권 어느 고샅길에 자꾸만 대를 휘며 눈이 온다.   그러니 오려거든 삼동(三冬)을 다 넘겨서 오라 대밭에 죽순이 총총할 무렵에 오라 손에 부채를 들면 너는 남도 한량이지 죽부인(竹夫人)을 껴안고 오면...

삽의 전쟁

삽의 전쟁 박일환 공병대 시절, 눈만 뜨면 삽을 드는 게 일이었으니 삽질이라면 나도 제법 할 줄 알지 삽으로 흙을 떠서 던지면 삽 모양 그대로 흙이 날아가기까지 아침마다 굽은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