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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17, 2026

그립다는 말의 긴 팔

그립다는 말의 긴 팔 문인수 그대는 지금 그 나라의 강변을 걷는다 하네. 작은 어깨가 나비처럼 반짝이겠네. 뒷모습으로도 내게로 오는 듯 눈에 밟혀서 마음은 또 먼 통화 중에 긴 팔을...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홍신선 2월의 덕소 근처에서 보았다 기슭으로 숨은 얼음과 햇볕들이 고픈 배를 마주 껴안고 보는 이 없다고 녹여주며 같이 녹으며 얼다가 하나로 누런 잔등 하나로 잠기어 가라앉는 걸, 입 닥치고 강 가운데서 빠져 죽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나도 그들처럼

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뺨의 도둑

뺨의 도둑 장석남 나는 그녀의 분홍 뺨에 난 창을 역고 손을 넣어 자물쇠를 풀고 땅거미와 함께 들어가 가슴을 훔치고 심장을 훔치고 허벅지와 도톰한 아랫배를 훔치고 불두덩을...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가방 속에서 길을 잃고 너는 쓰네

가방 속에서 길을 잃고 너는 쓰네 성미정 애초에 이 가방을 선택한 것이 너의 실수인지도 모르지 너의 무지처럼 무지막지하게 커다랗고 크고 작은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가방 오사카 신사이바시에서 간식으로 산...

흙 속의 풍경

흙 속의 풍경   나희덕   미안합니다 무릉계에 가고 말았습니다 무릉 속의 폐허를, 사라진 이파리들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요 흙을 마악 뚫고 나온 눈동자가 나를 본...

새 박남수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국화 옆에서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