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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7월 17, 2026

향수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너의 꽃

  너의 꽃 채호기 꽃은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동물動物이다. 꽃은 새! 새를 공중에 뜨게 하는 부력은 꽃이 발산하는 힘이 공기에 섞여 있기 때문. 그 힘이 부리로부터 항문에 이르는...

이산離散 – 디아스포라의 눈 35

  이산離散 - 디아스포라의 눈 35                               강미영 서울의 동기간과 통화를 했는데 10년 타국 살이 건성건성 사귀어온 피부 색 다른 이웃과 나눈 헛 인사보다 쓸쓸하다 함께...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강윤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별빛들을 쓰다

  별빛들을 쓰다 오태환 필경사가 엄지와 검지에 힘을 모아 철필로 원지 위에 글씨를 쓰듯 이 별빛들을 쓰는 것임을 지금 알겠다 별빛들은 이슬처럼 해쓱해지도록 저무는 것도 아니고 별빛들은 흑란...

진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김영남 진보적인 여자와 텐트를 쳐볼까, 보수적인 여자와 물놀이를 해볼까 텐트를 치며, 물수제비를 뜨며 계속 고민하는 나의 여름휴가. 이럴 땐 한번 물어보는 거다, 전...

노숙

노숙 김사인 신문지 같은 옷가지를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작은 짐승

  작은 짐승 신석정   난(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 소나무 / 참나무 /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허브 도둑

  허브 도둑 장옥관 “난초 도둑” 이란 소설도 있지만 정말 허브를 도둑맞는 일이 있었습니다. 새들새들한 게 안쓰러워 거름 주고 햇볕도 주려 복도 끝 창가에 내놓았지요. 그런데 잠시...

누더기

  누더기 정호승 당신도 속초 바닷가를 혼자 헤맨 적이 있을 것이다 바다로 가지 않고 노천횟집 지붕 위를 맴도는 갈매기들과 하염없이 놀다가 저녁이 찾아오기도 전에 여관에 들어 벽에 옷을 걸어놓은 적이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