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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6월 11, 2026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하루만의 위안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식민지의 국어시간

식민지의 국어시간                                                   문병란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20리를 걸어서 다니던 소학교 나는 국어 시간에 우리말 아닌 일본말, 우리 조상이 아닌 천황을 배웠다. 신사참배를...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상현 (上弦)

상현 (上弦) 나희덕 차오르는 몸이 무거웠던지 새벽녘 능선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神도 이렇게 들키는 때가 있으니!   때로 그녀도 발에 흙을 묻힌다는 것을 외딴 산모퉁이를...

눈 오는 지도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겨울 강가에서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눈보라가 치는 날

눈보라가 치는 날 (국토 21) 조태일 별안간 눈보라가 치는 날은 처음엔 풍경들은 풍경답게 보이다가는 그 형체들은 끝내 소리도 없이 묻힌다. 눈보라가 치는 날은 술을 마시자 술을 마시되 체온을 생각해서 마시자 눈보라가 치는...

공존의 이유 12

공존의 이유 12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이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가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새 박남수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