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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6월 11, 2026

물소리를 듣다

  물소리를 듣다   나희덕   우리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며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 자? ......  저 소리...

고래의 꿈

고래의 꿈 송찬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이정록    금강산 관광기념으로 깨진 기왓장쪼가리를 숨겨오다 북측출입국사무소 컴퓨터 화면에 딱 걸렸다. 부동자세로 심사를 기다린다. 한국평화포럼이란 거창한 이름을 지고 와서 이게...

꽃살문 – 이정록

  꽃살문 이정록 꽃에는 정작 방년이라는 말이 없다네 그래, 천년만년 꽃다운 얼굴 보여주겠다고 누군가 칼과 붓으로 나를 피워놓았네만 그 붓끝 떨림이며 칼자국 바람에 다 삭혀내야 꽃잎에 나이테 서려 무는 방년...

진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김영남 진보적인 여자와 텐트를 쳐볼까, 보수적인 여자와 물놀이를 해볼까 텐트를 치며, 물수제비를 뜨며 계속 고민하는 나의 여름휴가. 이럴 땐 한번 물어보는 거다, 전...

아네스의 시

아네스의 시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슬픔이 기쁨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아들에게

아들에게 어머니 이씨 내 아들을 삼켜버린 잔인한 바다를 바라보며 만신창이가 된 어미는 숨조차 쉴수가 없구나! 네 눈빛을 바라볼수 없고 네 몸을 만질수도 없고 네 목소리조차 들을수 없기에 피맺힌...

‘만인보(萬人譜)’ 서시

'만인보(萬人譜)' 서시 고  은   너와 나 사이 태어나는 순간이여 거기에 가장 먼 별이 뜬다 부여땅 몇천 리 마한 쉰네 나라 마을마다 만남이여 그 이래 하나의 조국인 만남이여 이 오랜 땅에서 서로 헤어진다는 것은...

춘설春雪

춘설春雪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다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침 새삼스레 누이 덮힌 묏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닫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송그리고 살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