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김영남
진보적인 여자와 텐트를 쳐볼까, 보수적인 여자와 물놀이를 해볼까
텐트를 치며, 물수제비를 뜨며 계속 고민하는 나의 여름휴가.
이럴 땐 한번 물어보는 거다, 전...
아네스의 시
아네스의 시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슬픔이 기쁨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아들에게
아들에게
어머니 이씨
내 아들을 삼켜버린 잔인한 바다를 바라보며
만신창이가 된 어미는 숨조차 쉴수가 없구나!
네 눈빛을 바라볼수 없고 네 몸을 만질수도 없고
네 목소리조차 들을수 없기에 피맺힌...
‘만인보(萬人譜)’ 서시
'만인보(萬人譜)' 서시
고 은
너와 나 사이 태어나는
순간이여 거기에 가장 먼 별이 뜬다
부여땅 몇천 리
마한 쉰네 나라 마을마다
만남이여
그 이래 하나의 조국인 만남이여
이 오랜 땅에서
서로 헤어진다는 것은...
춘설春雪
춘설春雪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다
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침
새삼스레 누이 덮힌 묏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닫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옹송그리고 살어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하루만의 위안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식민지의 국어시간
식민지의 국어시간
문병란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20리를 걸어서 다니던 소학교
나는 국어 시간에
우리말 아닌 일본말,
우리 조상이 아닌 천황을 배웠다.
신사참배를...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