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김모(49)씨는 하루에도 15회 이상씩 화장실을 간다. 이제는 어디를 간다고 하면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왜 이렇게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는 걸까. 방광을 조이는 골반근육이 느슨해져 요실금을 벌써 앓고 있는 걸까. 아니다. 정답은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다.
◆ 요실금보다 일상생활 더 불편하다 :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요실금과 비교해 일상생활의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요실금 환자가 성생활시 정상적인 배뇨 기능을 가진 사람에 비해 겪는 불편이 3.9배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4.3배로 분석된다.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도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정상인보다 5배 많으며, 요실금은 2.9배로 조사됐다. 이는 요실금은 기침을 하거나 배에 힘을 줄 때 소변이 새기 때문에 미리 대처할 수 있지만,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갑작스럽게 요의가 느껴져 불안감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 과민성 방광증후군이란 – 방광 감각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방광근육이 수축 요의를 느끼고 소변을 자주 보는 현상을 말한다. 소변 횟수가 잦아지는 ‘빈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이 새는 ‘절박성 요실금’ 등이 증상이다. 방광에서 느껴지는 팽창 감각이 과민하거나, 방광의 물꼬를 터주는 배뇨근이 민감하기 때문이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뇌졸중·치매 등 신경계 질환이나 방광 및 요도의 국소적인 자극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남성은 나이가 들어 방광 출구를 막는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경우, 50% 이상에서 과민성 방광 상태가 된다. 방광염이 있을 때에도 소변빈삭등이 나타나지만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방광염과는 다르다. 방광염은 주로 세균감염에 의한 염증으로, 빈뇨와 절박뇨 등 증세는 비슷하나, 배뇨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양쪽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 소염제 복용 후에도 방광염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과민성 방광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 치료는 어떻게 하나 – 과민성 방광의 치료는 정상적인 방광 기능 회복과 나쁜 배뇨습관의 교정을 목표로 한다. 1-3개월 정도 한방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대부분 소실된다. 하지만 방광의 기능이 회복되고 습관이 교정되어서 재발되지 않게 하려면 증상이 소실된 후에도 한달 정도는 치료를 더 받아 주어야 하고, 배뇨훈련은 6개월정도까지 지속해서 습관이 교정되어야 한다. 현대 의학적 치료로는 약물 요법이 주로 이루어지는데 방광의 감각 신경을 둔화시키는 약제가 쓰인다. 한의학에서는 방광기운과 신기능의 약화로 인해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발생한다고 본다. 그래서 방광과 신장의 기운을 보강해주는 약재들로 치료하게 된다. 체질적으로는 몸이 차고, 마음이 약한 소음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병이고, 소음인 중에서도 체력이 좋은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조급한 마음, 불안한 마음이 심해져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약물요법 뿐만 아니라 행동치료와 운동요법 등을 병행해야만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증세 호전을 위해서는 방광에 자극을 주는 매운 음식을 피하고, 하루 6~8잔의 물을 마셔 변비를 예방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