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를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데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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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하는 아내를 안타까와하는 마음을 담은 ‘접시꽃 당신’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시인이 또 독자들을 울리고 싶었나보다. 이 시인은 어찌하여 가버리는 것을을 자꾸 감싸주려하는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한 가을이 시인에게 머리를 기대고 시인은 그 어깨를 감싸안는다. 독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종말을 예견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를 던지며’이다.
“골짜기에 던지며” 가 아니다. 독자가 왜? 라고 생각해 봐야할 숙제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