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읍기행(K邑紀行) – 노향림

K읍기행(K邑紀行)

 

노향림

오랜만에 만나는 분위기.

하나의 선(線)이 되어 평야(平野)가 드러눕는다.

일대(一帶)는 무우밭이 되어

회색집들을 드문 드문

햇볕 속에 묻어 놓고

몇 트럭씩

논밭으로 실려나가는

묶인 고뇌(苦惱)와

고장난 시간(時間)들

지나다 보면

낯이 선 사투리들이

발길에 툭 툭 채였다.

길가 사람들 속에서

구부정한 말채나무가

혼자 목을 쳐들고.

할 일 없이 혼자 쳐들고 있다.

시인이란 바꾸어 말하면 꿈꾸는 사람이다. 그들은 아름답고 바른 삶을 꿈꾸며, 향기가 우러나는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그 꿈꾸기를 뒤집어보면 우리의 삶이 아름답지도 못하고 바르지도 못하다는 어두운 실상이 나타난다.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는 슬픔이며 서로 알지 못하는 낯설음임을 깨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