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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ne 18, 2019

자반 고등어

  자반 고등어 이성목 오래 소장하고 싶다면 이 책은 표지만 읽어야 한다 첫 쪽을 쓰다가 고스란히 백지로 남겨둔 이 육신을 눈으로만 읽어야 한다 이면과 내지가 한 몸인 그를 몇 장 넘겨보기도 했지만 뒤집을...

새의 습성

  새의 습성 윤준경 새를 동경한 것은 막연한 욕심이었을 뿐 날 수 있는 힘의 논리를 연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끔 그의 가벼움이 부러웠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부러웠을 뿐 나르는 연습조차...

칸나꽃 분서(焚書)

칸나꽃 분서(焚書) 신미나 절명을 꿈꾼들 저 꽃 같이는 심장을 내걸 수 없었네 계절은 매번 色 다른 변절을 꿈꾸어 왔으므로 이제 나를 거쳐 간 연애는 미신이 되었다 돌아본들 유산 후에...

그 집 앞 능소화

  그 집 앞 능소화 이현승 1. 이를테면 제 집 앞뜰에 능소화를 심은 사람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여름날에, 우리는 후두둑 지는 소나기를 피해 어느 집 담장 아래서 다리쉼을...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밥상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기에는. 백상웅 우리 가족의 밥상은 반찬이 적을 때도 첩첩산중. 낫을 휘두르고 괭이질을 해야 건널 수 있었지. 밥상의 가운데는 모닥불을 피워 냄비를 걸었던 흔적, 우리가 둘러앉아 가죽을...

능소화

능소화 문성해 담장이건 죽은 나무건 가리지 않고 머리를 올리고야 만다 목 아래가 다 잘린 돼지 머리도 처음에는 저처럼 힘줄이 너덜거렸을 터 한 번도 아랫도리로 서본 적 없는 꽃들이 죽은...

바뀐 신발

바뀐 신발 천종숙 잠시 벗어둔 신발을 신는 순간부터 남의 집에 들어온 것처럼 낯설고 어색했다 분명 내 신발이었는데 걸을 때마다 길이 덜커덕거렸다 닳아있는 신발 뒤축에서 타인의 길이 얽혔다 똑같은 길을 놓고 누가 내 길을...

나비 그림에 쓰다

  나비 그림에 쓰다 허영숙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은 다 꽃길이라 믿었던 시절 득음한 꽃들의 아우성에 나도 한 때 꽃을 사모하였다 꽃을 사모하니 저절로 날개가...

물소리를 듣다

  물소리를 듣다   나희덕   우리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며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 자? ......  저 소리...

고래의 꿈

고래의 꿈 송찬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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