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김행숙

수 없는 것이 될 때까지 가까이. 나는 검정입니까? 너는 검정에 매우 가깝습니다.

너를 볼 수 없을 때까지 가까이. 파도를 덮는 파도처럼 부서지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우리는 무슨 사이입니까?

영영 볼 수 없는 연인이 될 때까지

교차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침묵을 이루는 두 개의 입술처럼. 곧 벌어질 시간의 아가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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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의 시는 마치 벽이 거울로 된 카페에 앉아서 앞을 바라보았는데 나의 뒷통수가 불현듯 눈에 들어오고 그 뒷통수가 한없이 낯설어지는 순간과도 같다. 이 ‘포옹’이란 시를 읽으면 또세익스피어의 오델로가 데스데모나의 불륜을 의심해서 목을 조르기전의 마지막 키스하는 장면이 떠오르고 그것은 크림트의 작품 ‘키스’ 를 떠오르게도 한다. 아름답지만 절박하고 어쩐지아슬아슬한. 한국 현대 시단에서 김행숙을 빼고 새로운 물결을 감지할 수 없다는 말은 맞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과감하게 가고 있는 것만으로 시인은 가치 있으니까. 그 길이 이제껏보여주지 못했던 시의 촉감을 우리에게 들고 나왔다. 눈을 감고 있으니 검정이고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간다는 치명적인 표현으로 그 절박함을 상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