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박지웅

 

 밥상 머리에 앉아 시를 쓰다 생각하니 시는 내 마지막 밥줄 그러면서 또 시란 산 입에 거미줄 치는 일 아닌가, 글자로 공백을 쓰는 일 아닌가, 나는 실없이웃는다

 

 어느 때부턴가 손은 거미처럼 슬슬 밥상 위를 걷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가늘고 길어졌다 손가락을 펴면 다리가 나왔다 나온 다리들이 가볍게 손등을일으켰다 빠르게 방을 가로지른 손

 허공에 밥줄을 걸고 있다

 

 시 쓴다고 껍죽거리다 입에 풀칠이나 하겠나

 아버지는 오래 전에 죽었는데, 아버지는 가끔 밥상 뒤로 지나간다

 밥줄에 아버지가 걸린다

 나는 실없이 웃는다

 아버지가 실없이 웃는다

 

 꿈에도

 무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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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독자들도 이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가난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다. 평생 시집 한 권 사지 않고 영유하는 시편들의 뒤에는 무료봉사하면서도 좋다고 아직도 시를 붙들고 희망과 절망 사이를 헤매는 수많은 시인들이 있다는 걸. 그래서인지 시인의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에도꿈에서까지 나타나서 걱정하신다, 산 입에 거미줄 칠까 봐…

박지웅 시인은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너의 반은 꽃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