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내일

 

내일, 내일     

 

유희경

 

둘이서 마주 앉아, 잘못 배달된 도시락처럼 말없이. 서로의 눈썹을 향하여 손가락을, 이마를, 흐트러져 뚜렷해지지 않는 그림자를, 나란히 놓아둔 채 흐르는

우리는 빗방울만큼 떨어져 있다 오른뺨에 왼손을 대고 싶어져 마음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둘이 앉아있는 사정이 창문에 어려 있다 떠올라 가라앉지 않는. 生前의 감정 이런 일은 헐거운 장갑 같아서 나는 사랑하고 당신은 말이 없다

더 갈 수 없는 오늘을 편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 손끝으로 당신을 둘러싼 것들만 더듬는다 말을 하기 직전의 입술은 다룰 줄 모르는 악기 같은 것 마주 앉은 당신에게 풀려나간, 돌아오지 않는 고요를 쥐여 주고 싶어서

불가능한 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뒤를 돌아볼 때까지 그 뒤를 뒤에서 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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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풍경은, 모습은 이런 것일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유리창에 비치는 서로 간격을 빗방울에 간격으로 재어보면서 시인은 손끝으로만 사랑의 자취를 더듬는다. 오늘은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못박는다. 무슨 말인가 해야 할 것 같은데 입술은 다룰 줄 모르는 악기라서 소리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고요다. 그렇게 헤어져서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시인은 뒤돌아서 다시 바라본다.  유희경 시인은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오늘 아침 단어’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