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내 靈魂(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앓는 그대 庭園(정원)에서

그대의 온 밤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기형도 시인의 시를 가지고 누군가 내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그의 시는 뜻으로 오지 않는다고 답할 것이다. 이런 종류의 대답은 김춘수의‘의미와 무의미’에서 친절하게 설명하고있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질릴만큼 잘 보여준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시인의 배경까지 다 챙길 필요는 없다. 시 한 편은 시인이 살던 우주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시집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시인이 죽고 나자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모아 유고집을 냈다. 참으로 짧았던 그의 삶과 글들은 사람들을 옭아매어서 문학은 그로부터 자유롭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영혼은 뜨거웠고 젊었고 무모했다. 그가 토해냈던 피 속에서 꽃이 피고 시가 태어났다. 너무나 짧게 살다간 기형도 시인, 이 시에서 그는 황홀한 상처를 품고 있는 고호의 정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