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림을 그리고 싶었으나 형편 때문에 국립대에 가고, 광주항쟁을 겪고, 2살 박이 아들과 넉달째인 딸아이를 둔 채 아내를 떠나보내고, 교육운동에 참여하면서 감옥에 끌려가고, 직장에서 해고되고… 시인의 삶 자체가 척박해서 어디 꽃씨 하나 심을 자리가 있을까 했는데도 이렇듯 시 한편을 장하게 피워냈다.  ‘접시꽃 당신’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