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성자

오현 스님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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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의 시간에서 ‘하루’는 과거-현재-미래가 내속하고 회통하는 찰나(刹那)의 시간이다.  동자승이 탁발을 나섰다가 시 쓰는 나병환자를 만나 선승의 길, 문학의 길에 들어선 오현 스님이 입적하셨다.  삼라만상에 스스로를 투영하는 자세로 한 세월 끝내고 적멸의 순간에 스님도 아득한 성자가 되셨을까 한 생애가 하루와 다르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