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던져준 아찔함을 기억하는 독자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최영미시인의 시들 속에서 자기 자신이 헤쳐모이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의 시들은 펄펄 살아서 좌우충돌하다가 찢기고 상처 받았다고 기죽지도 않는다. 오히려 시니컬한 시어들를 거침 없이 휘둘러서 독자들은 통쾌하게 한다.
386 세대가 주를 이루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인 이때, 이런 저런 소식을 듣노라면 누군가 ‘상을 치우고, 뜨거운 눈물을 흘릴 줄 알며,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부르며…무대를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투표권도 없이 무슨 상관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