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CRTC)가 넷플릭스, 아마존, 스포티파이 등 대형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자국 콘텐츠 기여 의무를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문화산업 보호와 글로벌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미국계 플랫폼 기업들은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캐나다와 미국 간 통상 갈등 이슈로도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가 캐나다 내 매출의 15%를 캐나다 콘텐츠 제작과 방송 생태계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도입된 기존 5% 의무 비율의 세 배 수준이다.
새 규정은 캐나다 내 연간 방송 관련 매출이 2천500만 캐나다달러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과 방송 사업자를 대상으로 적용된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스포티파이, 애플 등 대형 글로벌 플랫폼들이 주요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2023년 통과된 온라인 스트리밍법(Online Streaming Act·Bill C-11)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띠고 있다. 해당 법은 디지털 플랫폼이 전통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캐나다 문화산업 유지와 콘텐츠 제작에 일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캐나다 정부는 글로벌 플랫폼 성장으로 기존 방송 생태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지역 뉴스와 프랑스어 콘텐츠, 원주민 콘텐츠 제작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해 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규정 시행으로 연간 20억 캐나다달러 이상의 안정적 재원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보된 재원은 프랑스어 프로그램과 원주민 콘텐츠, 지역 뉴스, 독립 제작사 지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연간 캐나다 매출이 1억 달러를 넘는 초대형 플랫폼의 경우 전체 의무 지출액 가운데 30%를 캐나다 방송사 및 독립 제작사와 협력 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 기금 납부를 넘어 실질적 제작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반면 기존 캐나다 방송사들의 부담은 일부 완화된다. 현재 30~45% 수준인 기존 방송사 기여 의무는 25% 수준으로 조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춘 규제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 업계 반발도 거세다. 이미 넷플릭스와 디즈니, 아마존 등이 참여한 업계 단체들은 기존 5% 규정에 대해서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정부가 사실상 외국 플랫폼에 ‘디지털세’ 또는 ‘숨겨진 세금(hidden tax)’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캐나다의 온라인 스트리밍법을 양국 간 무역 현안 가운데 하나로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업계는 자국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시장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캐나다 정부는 자국 문화 보호와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방송 규제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시대 국가 문화주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K-콘텐츠, 글로벌 스트리밍 중심 소비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캐나다의 이번 규제가 향후 다른 국가의 플랫폼 규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