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이 간다

사십이 간다

노승문

배부른 소크라테스를 꿈꾸며

은퇴하는 혁명가를 꿈꾸며

행복한 사십이 간다

경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며

은박지에 싸인 잠언들을 꺼내며

사랑 때문에 죽을 필요도 없고

진리 때문에 미칠 이유도 없는

마흔이 간다

불혹 대신 물혹 하나

소중히 키우며

더러운 마흔이 간다

 

불혹이라고 이름 붙여졌던 사십이 이렇게 아픈 나이였던가.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사십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이 시는 사십을 시작한 또는 사십을 건너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숙제를 던져준다. 노승문 시인은 캐나다 한인문협 회원이고, 시 6의 동인이며 캐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입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