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당신을 위한 기도
안도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 되지 않도록
나로 인해 인해
그이가 눈물 짓지 않도록
상처받지 않도록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그리움에 스스로 가슴 쥐어 뜯지 않도록
사랑으로 하여 내가 죽는 날에도
그 이름 진정 사랑했었노라..
그 말만은 하지 말도록
묵묵한 가슴 속에 영원이도록
그리하여 내 무덤가에는
소금처럼 하얀 그리움만 남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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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많은 기도시 중에서 ‘하소서…’ 가 들어있지 않은 시를 골라보았다. 이 ‘하소서…’ 체는 마치 라이너마리아 릴케의 짝퉁 같아서 몇 줄 읽다 보면 짜증이 치민다. 사랑이란 단어가 다 담아낼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무게를 싸게 문질러두고 싶지 않기에. 이 시가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중간에 표현한 ‘그 이름 진정 사랑했었노라.. 그 말만은 하지 말도록’ 이 부분이다. 결정 잘 하셨다. 말 하는 순간 날아가 버릴테니. 소금처럼 하얀 그리움만남도록 하라고 했으니 그리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