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참 과학적이야
꽃이 딱 피는 근거처럼
김형주
섣부르다 싶은 어떤 감정이
몸 안에 감염됐다가
어디론가 숨었다
무엇이라고 부를까
교감신경의 의문스런 팽창과
적혈구의 쓸쓸한 농도가
마찰 없이 비벼지는 것
내가 맛있어지는 찰나랄까
우주적으로 말해
나를 떠났던 입자들이
내가 몰랐던 다른 입자들을
그 흔하디 귀한 인연으로 만나
교통하는 억겁의 순간이랄까
너를 만날 때도 그랬다
꽃대궁이에서 맛있는 냄새가 났고
단 한 번의 확률이라는 듯
씨방만한 함박웃음이 터졌다
사랑에 빠질 때 시인이 과학적으로 행복했을까? 첫 봄의 햇빛을 받았을 때처럼 표현의 간격마다 경이롭다. 결코 어렵지 않으면서 상투적이지도 않은 시어의 조합에 끼어들어 독자도 사랑에 혀 끝을 대보고 싶어진다고나 할까.
김형주 시인은 현재 토론토 문협회원이고 ‘시6’ 의 동인이기도 하다. 1984년 토론토 문협 시 당선, 1998년 해외문학 시인상, 한국문학평론에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