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누가 그랬다 새벽이 오기 전 어둠이 가장 짙고, 봄이 오기 전 겨울이 견디기 힘들다고…  광주 출신의 시인 이성부는 80년의 광주를 겪고 나서 방황하다 산(山) 에서 정신적 위안을 얻고 민중의 목소리를 내는 시인으로 세상에 나왔다.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오는 봄이 온다. 두 팔 벌려 껴안아보자, 우리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