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성전으로 가는 풍 나무 길

 

무슬림 성전으로 가는 풍 나무 길

 

홍애니

 

노랗게 물든 풍 나무 가로수 아래로 화려한 사리를 입은 인도 이민자 여인이 걸어간다 까마귀들이 일제히 날아올랐을 때 어디선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68에비뉴 비둘기들의 영역과 까마귀들의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에 무슬림 성전이 서쪽을 향해서 오랜 기도를 드리는 사람처럼 엎드려 있다 굵은 고압전선은 하늘의 낡은 수명을 검측 중이다 수니파 까마귀들의 시위 비행터번을 깊게 눌러쓴 시아파 비둘기들의 대응 위협 비행 강력한 경고성 날갯짓과 함께 전선 위로 착지한다 전깃줄 위에 도열한 비둘기들은 서열순이다 창문이 보이지 않는 무슬림 시아파 성전 옥상에 새장을 닮은 두 개의 돔이 은빛을 발하고 있다 돔은 세상에서 제일 크고 아름다운 열린 새장처럼 보인다 성전 앞 광장에 금빛 찬란한 당간지주가 서있고 그 끝에는 비둘기들이 가져온 알라의 편지처럼 작고 붉은 깃발이 쉼 없이 팔락거렸다 50피트 높의의 금빛 당간지주는 햇살을 받아 신비하고 온화한 빛을 서북미의 하늘에 고루 전한다 비둘기들은 시아파의 터번을 쓰고 일제히 날아올라 철제 돔을 통과한다 수니파 까마귀들의 영역을 단숨에 아우르고 가장 높은 전깃줄 위로 돌아와 도열한다 순식간에 신의 영역으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다 창문이 없는 건물 벽에 신은 오직 한 분이라는 고딕 장식체가 화인처럼 단백질 누린내를 풍기고 햇살에 빠지직 소리를 내며 타는 듯하다 유일신의 비둘기들은 다시금 드높은 전깃줄 위로 돌아온다 나는 종종 이 생경한 신앙행위에 대해 혼란과 경이를 동시에 느끼며 황금빛으로 물든 젊은 풍 나무 가로수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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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시아파와 수니파가 갈려 싸우는 모습을 마치 까마귀떼와 비둘기떼가 서로 교차하고 얽히며 사라지는 것으로 묘사한 시인의 관찰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찬란한 성전의 돔이 새장같단다. 대놓고 종교는 아편이라고 떠드는 것보다 더 섬짓하다. 종교가 정치와 맞물려 세상에 뿌려대는 패악에 진절머리가 나는 중에 만난 시 한편 올려본다. 이 시가 어렵다고 하지 말자. 그냥 맞춤표가 없다면 읽는 사람 마음대로 점을 찍으면 된다. 21세기 예술은 재현과 소통을 거부한다. 소통의 단절로 생기는 파편들의 낯섬이 아름답지 않은가. 홍애니 시인은 어딘가 숨어서 잘 나타나지 않는 걸로 보인다. 토론토 문협 까페에서 발견한 이 시를 빼고 검색해봐도 ‘단찌히 기행 시첩’ 이란 제목이 붙은 시집 한 권 달랑 내고는 자취가 없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