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

 

정봉희

언덕 아래 막 도착한 노을을

여자가 받아내렸다

가벼운 듯하나

잠깐 보여주는 몸의 악기를

제 키만큼 보듬어서 될 일은 아니었다

그런 노을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이란

상한 혼음을 비켜가는 일인데

숨이 차서 그대 먼저 보내놓고

짧아진 해의 뒷쪽을 아는 나는

자꾸 서쪽으로 휘어지는 몸을 세웠다

할 말이 많은 당신은 주춤거렸고

염려된 사랑에 관하여 말하려했다

누가 보아도 무리였다

간신히 받아낸 여자의 시름이

꽃그늘 같은 노을에 걸렸다

사랑이 풀밭까지 내려온 11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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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사랑의 끝에서 여자도, 남자도 아프다. 그래서 몇 마디 변명을 해보려고 해도 무리였다고 시인은 전한다.그래도 노을이 있어 이 사랑의 이야기는 열린 결말이다. 꽃 그늘 같다고 하지 않는가. 정봉희 시인은 전남매일일보, 미주한국일보, 토론토문협 등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현재 토론토 문협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