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해
언 땅 뜷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밥상머리
국그릇에 둘러 피는 냉이의 꽃말은
허기진 지아비 앞에
더 떠서 밀어 놓는 한 그릇 국 같아서
국 끓는 저녁마다 봄, 땅심이 선다
퍼주고도 다시 우러나는 국물 같은
냉이의 꽃말에
바람도 슬쩍 비켜가는 들,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봄이라도
냉이가 물어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온전히 봄이다
냉이꽃, 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
– 된장 풀어 끓인 냉이국 생각이 간절해지는 봄날에 안부를 전하는 시 한편이다. 냉이 꽃 꽃말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바친다.’ 라니… 이제는 흔하게 돋는 냉이도 미안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됐다. 정성껏 밥상을 준비하는 지어미의 마음으로 이 시를 전하는 김승해 시인은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세상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