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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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상영된 영화 ‘동주’ 는 문자로만 만나던 시인에게 살을 입혀 우리 앞에 데려다 주었다. 흑백의 영상이 주는 세월의 먼 끝에서부터 그가 걸어나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시를 사랑하고 고향을 사랑하던 한 청년이 해방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일제의 감옥에서 생체실험 당하다 숨졌을 때, 그 시절은 돌담으로, 쇠문으로 닫혀있고 풀 한 포기 없는 길이었을 것이다.한 젊은 시인이 잃어버린 것을 찾은 일이 이제는 우리의 몫이라고 그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