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노래 -언어, 너의 기억
김정란
조각조각 부서진 소리로 말해
그래도 다 못하면
부서진 기억으로도, 부서진 부재로라도 말해
어깨로 보며, 손가락으로, 발가락으로,
아껴두었던 마지막 눈물로,
내장으로도, 사랑스러운 상처로도 보는...
나무말뚝
마경덕
지루한 생이다. 뿌리를 버리고 다시 몸통만으로 일어서다니,
한자리에 붙박인 평생의 불운을
누가 밧줄로 묶는가
죽어도 나무는 나무
갈매기 한 마리 말뚝에 비린 주둥이를 닦는다
생전에
새들의 의자노릇이나 하면서 살아온 내력이...
청초 우거진골에
청초 우거진골에
임제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을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무쳣나니.
잔(盞) 잡아 권(勸)하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지은이 임제(林悌)는 조선 명종~선조 때 사람으로 당대의 대문장가로서 명산(名山)을 두루...
Le jardin 정원
Le jardin 정원
Jacques Pré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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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 milliers et des milliers d'années
Ne sauraient suffire
Pour dire
La petite seconde d'éternité
Où tu m'as embrassé
Où je t'ai embrassèe
Un matin dans la...
사십이 간다
사십이 간다
노승문
배부른 소크라테스를 꿈꾸며
은퇴하는 혁명가를 꿈꾸며
행복한 사십이 간다
경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며
은박지에 싸인 잠언들을 꺼내며
사랑 때문에 죽을 필요도 없고
진리 때문에 미칠 이유도 없는
마흔이 간다
불혹 대신...
감전사
정봉희
이순을 앞둔 K 선배가 저녁 먹자고
아침부터 카톡카톡 한다
그 말이 아랫목에 묻어둔 밥 한덩어리처럼
따숩고 정겨워 눈시울 붉어지는데
외로워라,
집을 두고 도시로 건너온 내가
갈대밭 둔덕에 자주 나가는 걸...
빨랫줄
빨랫줄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닽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앵커 브리핑
앵커 브리핑
손석희
돌아보면 참으로 힘든 시간들이었죠 겪지 않았으면 좋았던 일들을 모두 함께 겪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세상은 잠시 멈춰 섰을 뿐 2016년의 대한민국은 이미 한참 전에 극복해야...
나도 그들처럼
나도 그들처럼
백무산
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사랑의 물리학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