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8 – 가을엔 약간의 뱃살도 좋다

가을이 되면 오곡백과는 물론이고 물고기며 짐승들까지 살이 오른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기 위해 온몸에 지방분을 축적하는 본능적인 생리 현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모든 기운을 안으로 거두어들여야 한다. 봄과 여름에는 바깥을 향해 발산했다면 가을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기(神氣)를 안으로 모아야 겨울의 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다. 특히 가을철엔 뼛골에 진액을 보충하고 살을 찌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한의원에서는 밥을 잘 먹게 해주는 약을 처방하도록 하고 있다.

‘동의보감’의 내경편을 보면 가을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얘기해주고 있다. “가을 세 달은 용평(容平, 가을에 만물을 거두어들이고 다시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때에 천기(天氣)는 쌀쌀해지고 지기(地氣)는 깨끗해진다.

이때는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닭이 울면 일어나서 마음을 안정하고 쌀쌀한 가을의 기분이 없게 하며 신기를 거두어들여 가을 기운에 적응하게 하고 마음속에 다른 생각이 없게 함으로써 폐기(肺氣)를 맑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을의 기운에 맞게 거두어들이는 이치이기도 한다. 이것을 거역하면 폐를 상하고 겨울에 가서 삭지 않은 설사를 하며 간직하는 기운을 도와주는 힘이 약해진다”

한의학에서는 가을을 폐왕간쇠(肺旺肝衰)하는 계절로 본다. 폐는 왕성하고 간이 쇠약해지는 시기라고 본다. 아침 저녁으로 온도차가 심해지고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기 시작하므로 폐 기능이 왕성해야 이에 적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사람이나 너무 과도하게 폐를 지치게 하면 기침, 천식, 가래 등 호흡기 계통의 질환으로 고생하기 쉬우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가을에는 조증(燥症)이라 하여 피부가 거칠어지면서 여러 가지 피부병이 오기 쉽다.

어떤 계절에든 건강을 지키려면 제철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가을은 생명력의 수렴기운이 강한 폐기(肺氣)가 왕성한 계절이다. 아울러 폐기는 비위(脾胃)의 기운이 강하여 폐기를 보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계절이다. 가을에는 폐를 보충하고 비위의 기운을 돕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그런 음식들은 대개 백색을 띠며 약간 매운 맛이 도는 양파나 마늘, 산수유, 오미자 등의 음식이 좋다. 특히 이 시기는 식욕이 좋아짐에 따라 과식하기 쉬운데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이 있는 경우에는 지나친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고 너무 비만하지 않도록 조심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