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 이열치열(以熱治熱)

무더운 여름철 한 낮의 온도가 심상치 않게 오르고 있다. 여름을 타는 사람들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여름철 더위를 탈출할 방법은 없을까? 한의학에서는 가벼운 운동과 체질에 맞는 음식을 권유한다. 여름철 건강관리의 전반적인 사항을 점검해 보기로 하자.

여름만 되면 사람들이 늘어지는 이유는 낮이 길고 밤이 짧아져 활동하는 시간과 에너지 소모는 늘어나는데 비해 휴식시간은 줄어 피로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더위까지 가세해 땀으로 다량의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 나가므로 체력소모가 심해지고 소화기능도 떨어져 입맛을 잃게 된다. 여름철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이 있듯이 보통 열로써 열을 치료한다고 말한다. 즉 여름에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찬 음식을 먹거나 더위를 피해 찬 곳으로 피서를 가는 것보다 오히려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사우나 등을 하면 처음보다 시원함이 더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에는 또 다른 이론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자연과 인체는 언제나 같은 원리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보는 천인상응(天人相應)의 관점이다.

여름의 경우 굳이 석빙고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지하로 내려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우물물의 시원함을 쉽게 경험 할 수 있다. 여름에 나는 수박, 토마토, 참외 등과 같은 과일은 모두 뜨거운 햇빛을 받고 제대로 익으면 속에 물이 가득한 것이 많다.

이처럼 여름철 기후에 견디기 위해서 자연은 밖은 뜨겁지만 속은 차게 되는 것이 그 이치라고 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체도 여름의 대지와 같이 밖은 햇빛을 받아 덥게 느껴지지만 실제 속은 차게 된다고 본다. 속이 차게 되니까 여름에 나는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쉽게 배탈이 난다고 본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데워야만 병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고 잘 때도 배를 잘 덮어서 체온이 유지되도록 하고 음식도 되도록 따뜻한 성질이 있는 음식을 권하게 된다. 따뜻한 음식도 대부분 땀이 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땀은 우리 몸 체표에 열을 밖으로 발산시킴으로써 더위를 가시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위를 참지 못하고 아이스크림, 아이스커피, 차가운 맥주 등을 찾게 되는데 이는 자연의 이치를 생각할 때 찬 속에 찬 음식을 넣은 것이 되므로 자칫 비위(脾胃)의 양기(陽氣)를 손상시키게 되어 소화가 잘 안되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비위기허(脾胃氣虛)현상을 초래 할 수 있다. 특히 원래 타고난 체질이 찬 소음인이라면 찬 음식에 의한 소화불량, 식욕감퇴는 물론, 설사도 유발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여름에 나는 찬 성질의 과일은 적당히 먹고 속이 차갑지 않도록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체질에 따라 섭취하면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