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1

 

섬진강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새우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휜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펴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 몇 애비없는 후레자식들이

펴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학교를 마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 고장에서 살고 있는 김용택 시인. 섬진강 깊이와 물결에 마음을 담아서 펴낸 30여편의 섬진강 시 중에 첫 번째 시이며 그의 등단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시는 따뜻하고 넉넉한 것에 그치지 않고 행간에 번득이는 사회의식이 배어나 있다. 자꾸 읽다보면, 가까이 살며 서로 닮아서인가, 자꾸만 안도현의 ‘서울 가는 전봉준’이 떠오른다. 전라도의 치열한 역사가 섬진강 물결에 실려 여러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이 시가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