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볼의 유물론이라는 은밀한 흐름 -북방한계선

 

김병호

 

답안지가 비어있습니다

 

무얼 감추다 생겼는지

백지를 한참 들여다봅니다

 

응달의 눈자리처럼

둘레만 가진 슬픔

 

한낮이 줄어들고

급소가 얼었다

녹았다 하면

 

바다는

거짓말을 합니다

 

혹성과 물결 사이

눈이 내리면

 

바다는

침몰선을 꺼내 닦습니다

 

당신이 지우지 못한

겨울을 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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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시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을 둘러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어찌 시 뿐일까. 미국이 그냥 그어놓은 북방한계선 (NLL)이 북한이 주장하는 주장하는 영역과 달라서 많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시인은 이 사정을 핀볼이라는 쇠구슬로 하는 게임에 비유한다.  이 한계선 하나 해결하지 못한 채 남북은 안녕하지 못하다. 침몰한 배를 꺼내 닦는 것마저 바다에 맡긴 채. 김병호 시인은 ‘월간문학’ 신인상,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그리고 시집으로 ‘달 안을 건다’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