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

 

푸른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나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그리운 사람 하나 마음에 품고 사는 거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움의 크기가 사무치면 이런 시 한 편 나오는 거다. 사랑이 다 내 맘대로 되었다면, 아니 인간사 중에 사랑이란 감성이 빠졌다면 세상은 훨씬 쉽고 덜 재미있겠지. 내 마음이 네 마음 같지 않아서 오늘도 여러 사람 밤길에 헤매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