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統 營 )1

통영(統 營 )1

백석

 

옛날에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아직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 같이 말라서 굴껍질처럼 말없이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주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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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백석은 어쩐지 저 처자를 만나면서 다른 여자를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이란 장소가 주는 차고, 습하고, 외롭지만 은밀한 곳에서 백석은 자신을 내던지고 싶지 않았을까. 난이란 여성이 살던 통영에서 그녀 대신 천희를 만난 시인을 어쩐지 용서해 주고 싶게 만드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