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에 대한 예의 

복효근

콩나물을 다듬는답시고 아무래도 나는 뿌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무슨 알량한 휴머니즘이냐고

누가 핀잔한대도 콩나물도 근본은 있어야지 않느냐 그 위를 향한 발돋움의 흔적을 아무렇지

도 않은 듯 대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나는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진 못하겠다 죄 없는 콩

알들을 어둠 속에 가두고 물 먹인 죄도 죄려니와 너와 나 감당 못할 결핍과 슬픔과 욕망으

로 부풀은 대가리 쥐뜯으며 캄캄하게 울어본 날들이 있잖느냐 무슨 넝마 같은 낭만이냐 하겠

지만 넝마에게도 예의는 차리겠다 그래, 나는 콩나물에게 해탈을 돕는 마음으로 겨우 콩나물

의 모자나 벗겨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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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콩나물을 앞에 놓고 휴머니즘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늘상 한국인의 밥상에 단골메뉴로 잡리잡은 콩나물을 다듬으며, 흔해서 지나치기 쉬운 하나의 가치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인의 감성이 경의롭다. 넝마에게도 예의를 차리겠다는 것이 복효근 시인의 품격이라 생각된다.

복효근 시인은 ‘시와 시인’으로 등단했고 시집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등이 있다.